완성은 했는데, 끝내 '내 곡'으로 들리지 않을 때
미디로 드럼을 깔아 곡을 다 만들었는데, 다 듣고 나면 어딘가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틀린 곳은 없는데 내 곡 같지가 않습니다. 미디 드럼에는 실제 드럼의 울림이 없고, 레퍼런스를 따라 친 드럼은 다른 곡의 패턴을 옮겨 왔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레퍼런스를 복제하지 않고, 해석하여 이 곡만의 울림을 지닌 드럼을 만듭니다.
창작자를 위한 맞춤드러머
머릿속을 맴도는 리듬을 만들기 어려운 모든 창작자가 자신의 곡을, 다른 어떤 곡도 아닌 본연의 모습으로 빛낼 수 있도록 숨은 의도까지 해석하여, 살아 움직이는 리듬을 입혀줍니다
미디로 드럼을 깔아 곡을 다 만들었는데, 다 듣고 나면 어딘가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틀린 곳은 없는데 내 곡 같지가 않습니다. 미디 드럼에는 실제 드럼의 울림이 없고, 레퍼런스를 따라 친 드럼은 다른 곡의 패턴을 옮겨 왔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레퍼런스를 복제하지 않고, 해석하여 이 곡만의 울림을 지닌 드럼을 만듭니다.
녹음한 드럼 트랙이 생각과 다를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고쳐 달라고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주고받기를 반복하다 지쳐서, 곡은 어느새 폴더 속 미완성으로 남습니다.
혼자 며칠씩 맴돌던 고민도 곡을 함께 들어 보면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럼만의 문제가 아닐 때도 있습니다. 드럼 용어로 설명하려 애쓰지 않으셔도 되도록 녹음 전에 방향을 먼저 맞추고, 결과는 두 가지 테이크 중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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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3집 『살아있다』 — 'Why'
같은 멜로디가 되풀이되는 곡이라, 드럼으로 감정의 결을 바꿨습니다. 벌스는 여백을 남기고, 코러스는 6연음으로 빼곡하게 채웠습니다.
옥상달빛 '찾아주세요'
스네어·킥·탐에 천을 덮어 70년대의 먹먹한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템포가 통째로 바뀌는 구간은 프로듀서와 여러 번 주고받으며 맞춰갔습니다.
재주소년 6집 'Driving in Jeju'
박경환 님의 감성을 브라질리언 리듬으로 옮겼습니다. 드럼과 퍼커션에 휘슬까지 더했습니다.
A.TRAIN 'sell fish'
"최대한 강렬하게"라는 디렉팅 하나에 충실했습니다. 이 곡이 원한 건 절제가 아니라 힘이었습니다.
골든스윙밴드 2집 『The Golden Legacy』
전곡을 브러시로만 연주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스틱 없이 다이내믹의 폭을 끝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영화 '빅토리' OST
단순한 리듬이 신나게 들리도록, Bonnie Tyler 'Holding Out for a Hero'와 a-ha 'Take On Me' 같은 80년대 신스팝의 드럼 사운드와 패턴을 가져왔습니다.
Grace Na — 'Sailing'
전형적인 포스트밥 사운드라 자칫 모든 곡이 비슷하게 들릴 수 있는 앨범이었습니다. 곡마다 감정선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춰 다이내믹과 터치를 달리했습니다.
김마스타트리오 'Who Is Trio?'
클릭 없이 셋이 한 번에 녹음했습니다. 세 사람이 함께 뛰어노는 숨을 그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홍혜림 '화가새'
가사를 타악기로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무용극 '기울어지고, 쓰러지고, 달리고, 기울어지고, 쓰러지는' OST
작곡자가 그린 소리를 위해 드럼 루프 7개를 겹쳐 하나의 리듬으로 만들었습니다.
ENIGMATA — 'Fractal Dreams'
난해한 리듬이 많은 앨범이었습니다. 복잡한 리듬을 해내는 데 매달리기보다, 그 난해함이 왜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하고 음악으로 들리게 하는 데 시간을 썼습니다.
공연 3,000여 회 · 음반 160장
2002 – 2026
2002년 서울재즈아카데미를 졸업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3,000번이 넘는 무대에 섰고, 160장의 음반에 드럼으로 참여했습니다. 해마다 백 번 넘게 무대에 서 온 시간이, 어떤 현장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연주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록과 펑크, 살사, 보사노바, 뉴올리언스 세컨라인, 비밥, 스윙, 포크까지 수많은 스타일의 음악을 스튜디오와 무대에서 연주해 왔습니다.
전통적인 장르에서는 그 음악이 본래 가진 소리와 리듬을 생생하게 살려 내려 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원하는 창작자와 작업할 때는 부서진 악기, 손본 악기, 직접 만든 컨트롤러, 낯선 튜닝, 악기라고 부르기 어려운 물건까지, 곡에 필요한 색을 찾을 수 있다면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2017년에는 Collor라는 이름으로 낸 '나비'로 처음 작사·작곡·프로듀싱을 했고, 이때부터 녹음과 믹싱도 직접 하고 있습니다. 최근 ENIGMATA를 결성해 재즈와 팝의 경계에 걸친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곡의 맥락을 들어 온 시간이, 창작자의 의도를 읽는 귀가 되었습니다.
이한철 · Chris Vaga · 말로 · 안숙선 · 옥상달빛 · 재주소년 · 선우정아 · 강허달림 · 계피 · 박진주 · 김동규 · 미연&박 듀오 · 김마스타 · 골든스윙밴드 · 오소영 · 유하 · 노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