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감이 떠오르길 기대하며 자주 가는 바닷가서 만난 배. 모래밭에 파묻혀 때를 기다리는 모습이 남 일 같지 않다.
제목이야 거창하지만 좋게 말하자면 시행착오, 대놓고 말하자면 삽질의 연속이다.
2017년 1월에 COLLOR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만들고 나비라는 곡을 발매하였다. 그리고 지금 2018년 1월까지 1년간 무엇을 하였는가? 4곡 정도 데모를 만들고 실제로 그중 3곡은 제작 중에 있고 아마 3월에 2곡은 발매될 것 같다. 1년에 4곡이라니! 난 스스로를 최악의 초보 작곡가로 보고 있는데 그런 것치곤 나름 괜찮지 않나? 그러나 문제는 꾸준히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멜로디가 생각나면 그제서야 좀 쓰고, 편곡이 생각나면 그제서야 미디 좀 찍어보는.. 마치 운 좋게 걸리면 걸리는 도박에 가까운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래서야 취미로는 몰라도 나름 진지한 각오로 연주까지 내려놓고 작곡을 하고 있다 말하기엔 심히 민망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한참 연주에 치이며 '연주하기 싫다'라는 배부른 투정만 하면서 아무것도 바꿀 생각을 안 하던 때였다. 하루하루 일어나야 할 시간에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워 합주에 종종 늦을 때도 있었고, 연습은커녕 무대 위에서 손 풀며 '표정관리만 잘하면 괜찮아'라는 썩어빠진 마인드로 살고 있을 때였지만, 뭔가 상당히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건 분명히 느꼈고, 또 비참함의 크기만큼 그의 성실함이 크게 다가왔다.
연주를 내려놓고 작곡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 가장 먼저 시도한 일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여러 선배들처럼 규칙적인 삶을 살고 규칙적인 창작 혹은 공부를 위한 삶을 세팅하는 것이었다. 말이야 쉽지, 17년을 되는대로 막 살아와놓고 갑자기 회사원 혹은 군인처럼 아침 6시에 일어나려니 단번에 잘 될 리가 없다. 나처럼 체력이 약한 사람은 밥 먹으러 일어나는 것도 굉장한 도전이다. 밥을 안 먹으면 다음날 이불 밖으로 박차고 나아갈 에너지가 없다. 그쯤 되면 졸린 게 아니라 환자처럼 무기력해져서 눈이 감기는 수준인데, 졸도하듯이 잠만 자다 다음날 몸이 더 망가지는 더 일어나기 힘든 악순환만 반복되는 것이다. 그나마 연주가 있으니 그 악순환에서 강제로 벗어나곤 했지만 나의 직업이 뮤지션이라 쳐도 최악의 불규칙적인 삶을 살아온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내 의지를 탓할게 아니라(이제 와서 의지는 무슨 의지란 말인가.) 일단 하루 세끼 밥을 잘 챙겨 먹는 것과 쉽고 가벼운 달리기 혹은 운동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금세 아침에 일어나는 리듬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아직도 휴일만 되면 또 퍼져서 밥도 안 먹느라 다음날 일정을 망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해 떠있는 시간에는 나와서 멍하니 SNS를 하는 한이 있어도 일단 책상 위 건반 앞에 앉아 있었다.
작곡을 시작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만 무작정 듣기도 하고, 되도 않는 영감을 찾아 무작정 한강을 5~6시간 걷기도 하고... 결국 그렇게 하다 보니 두세 달에 한 곡씩이라 써냈으니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무슨 무당이 신점을 기다리며 하늘만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는 내가 원하는 음악을 만들 실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게 분명했다.
여기까지가 작년 2017년 연말까지의 상황이었다. 내가 처음 드럼을 연주할 때를 기억해본다. 무대 위에서 내 연주는 정말 비참하고 바보 같았지만 기특하게도 기회만 있으면 무조건 틈을 비집고 참여하여 무대에 올라갔다. 무대 경험을 쌓을 때마다 무대에서의 내 모습이 자연스러워졌고 실력도 늘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 빗대어 보면, 1년 가까이 무언가를 많이 했지만 별로 쌓인 건 없는 데다 아직도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만, 이상하고 바보 같은 곡이라도 일단은 규칙적으로 최대한 많이 발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연히 퀄리티가 기대 이하의 곡이 나올게 분명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난 더이상 어린 청년이 아니고 주어진 시간도 없는 주제에 습득이 굉장히 느린 초보다. 개판 같은 노래를 발매해서 욕을 먹어도(사실 욕먹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건 다행이다.) 조금씩 나아지면 스스로 떳떳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바로 또 하나의 멜로디가 하늘에서 떨어지듯 솟아났고 3월 발매를 목표로 한창 작업 중이다.
작가에게 기술적인 작법이 있듯이 작사, 작곡에도 그런 테크닉이 분명히 있다. '작곡에 몰두하는 중이라 드럼은 당분간 못합니다.'라고 말하는 주제에 지난 1년간 해오던 식으로 땅에서 멜로디가 솟아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다행히 작사 작곡 비스 무례한 행위를 1년째 해보니 지금은 어느 정도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이게 삽질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일단 해야 한다. 매일매일 작업실에 나와 앉아 삽질만 하더라도 어쨌든 한 걸음이라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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