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보드에 기타 이펙터를 걸어서 공연하는 영상을 보고 ES2에서 나온 소리를 페달로 걸어봤다. 재밌는 소리가 나는데 언젠가 실제 건반과 기타 이펙터로 소리 내보고 싶다.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이야말로 타고난 능력이라 믿었다. 지금도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의 예상과는 달리, 분명히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작년부터 꾸준히 작곡을 해보니, 처음엔 손조차 댈 수 없었던 편곡도 나름 아이디어가 생기고, 특히나 정말 어색했던 '미디로 드럼루프 만들기'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익숙해지고 있다.
물론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만족스러울 정도는 절대 아니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익히고 또 화성학과 편곡법 같은 것을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느낀다. 그래도 정말 많이 좋아졌다. 예를 들어, 몇 년 전까지 특정한 멜로디에 어울리는 코드를 찾을 수 없었다. 코드의 색채를 음미하며 음악 듣기를 정말로 즐긴다 생각하는데, 그런 멋진 코드를 찾는데 너무나 어려워서 많이 우울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계속 멜로디를 만들고, 스스로 코드를 붙이는 행위를 반복하니 확실히 코드를 듣고 붙이는 귀가 늘었다.
작, 편곡 능력을 키우는 중요한 방법은 역시나 작, 편곡을 반복하는 것이겠지만, 자신이 쓰는 악기와 음악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도 한몫하는 것 같다. 난 사실 '미디 레슨'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로직이나 큐베이스같은 음악 프로그램의 사용법이라는 게 따로 레슨을 받아야 할 정도로 어렵나? 유튜브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나? 나머지는 쓰면서 익히는 것이지 그걸 따로 레슨까지 받을 필요가 있을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음악이론 혹은 작곡을 하는 능력 자체가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몇 달 동안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해 본 결과, '미디 레슨'이라는 것이 단순히 프로그램의 사용법과 단축키 같은 테크닉의 레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디 레슨을 받은 적은 없지만 프로그램을 쓰는 방법을 익히면 그와 함께 간단하게나마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영상
Logic Pro X Masterclass - Part 1 Part 1 of a Logic Pro X Masterclass from the Guildhall School's Electronic Music Department, hosted by Guildhall professor Jono Buchanan and joined by Guildh... youtu.be
Guildhall School에서 만든 로직X 마스터 클래스. 미디 패턴을 찍는 팁부터 시작해 드럼,
기타, 보컬 녹음과 간단한 믹싱, 마스터링까지 로직으로 해내는 과정을 짧게 알려준다.
정말 멋진 영상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악기나 도구가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그만큼 자신의 상상력이 넓어진다. 특히 요즘의 음악 프로그램은 종류 불문하고 어마어마한 악기 음색과 음향 플러그인들이 내장되어 있는데, 그 악기들 하나하나로 만들 수 있는 소리의 스펙트럼이 나에겐 문화충격일 정도로 넓었다. 당장 작업 중인 곡에 필요한 es2나 retro synth 같은 악기의 사용법만 급한 대로 익혔는데, 그럼에도 음색에 대한 상상을 예전과 다르게 하고 있고, 그것이 내가 음악을 듣고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결국 나의 작편곡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글에서 'es2 manual'이라고 검색하면 애플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을 볼 수 있다. 만약 나처럼 영어를 그다지 잘 하지 못한다면 크롬 브라우저로 번역을 해보자. 전형적인 공돌이영어라 그런지 놀랄 만큼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번역해준다. 기존의 한국어로 된 어떤 영상이나 설명 보다 더 자세하고 친절한 매뉴얼이다.
사실 난 천재는커녕 상당히 센스가 없는 작편곡자에 속하는 편이니, 내가 상상하는 소리라면 나의 단출한 맥북과 로직만으로도 어떻게든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나의 상상의 범위다. 어떻게 하면 더 멋지고 더욱더 깊이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와 소리를 상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대담하고 재밌는 소리들을 모아 편곡할 수 있을까? 요즘 나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