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슬슬 본색을 드러내던 6월초 어느날, 오랜 친구 버둥의 연락이 왔다. 이때는 예상조차 할수 없었다. 밥이나 먹자는 말이 이렇게 큰 일로 이어질 줄은. .

버둥이라는 친구는 2012년즈음 '몽당연필'이라는 단체에서 만났다. 당시에는 음악을 좋아하고 뮤지션이 되고싶다는 희망을 지닌 고등학생이였고, 종종 재즈클럽의 잼세션에서 노래하던 모습을 기분좋게 보기도 하였다. 한동안 잊고지냈던 그 고등학생이 이제는 멋진 곡과 가사를 쓰고 스타일리쉬하고 기타소리를 만들며 역시나 멋진 동료들과 밴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게다가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고 있었다. 격세지감이라는 말은 이런때를 위한것이 아닌가?
버둥은 한 경연의 수상을 통해 EP제작을 계획중이였고 나에게 드럼세션을 요청하였다. 음원을 받고 합주를 하며 음악을 점차 파악하게 되었다. 가사가 지닌 힘이 대단히 큰 음악이였고 함께 연주하는 동료들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실력으로 곡마다 장르를 펼치며 버둥의 음악을 함께 만들고 있었다. 드럼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만들어진 편곡에 세트드럼이나 타악기를 어떻게 연출할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합주와 연주가 이어지는 와중에 네이버 온스테이지 촬영이 잡혔고 합주가 시작되었다.

"태움"이라는 곡은 광주에서 열린 5월창작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곡이였다.
이 곡의 드럼소리를 만들기 위해 가사를 다시한번 음미해야 했다.
내가 죽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죽은 나를 기릴 준비 아직 이르지 않을까
나를 장작으로 쓸 생각 마세요
내 위에 누군가 불을 붙여
당신들의 욕심 태울 생각은 말아
나는 살아있다 죽지 않으려 이렇게
애써서 살아있어
나는 살아있다 죽지 않으려 이렇게
단단히 살아있어
(후략)
가사의 내용, 그리고 노래가 지닌 애잔하고도 거친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강렬하면서도 동시에 약간은 투박한 소리를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인 톤은 팝드럼보다는 락드럼이 어울릴것 같았다. 이 밴드는 드러머 없이 공연이나 녹음을 해온 경우가 많아서 버둥의 성량으로 승부를 내는 보컬은 아니였다. 그렇다고 보컬을 부각시키기 위해 드럼을 작게하면 전체 앙상블의 힘이 없어진다. 스네어를 비롯한 드럼세트 전체의 톤을 중저음대로 낮춤으로서 보컬의 음역대를 피해가기로 했다. 실내 스튜디오에 설치된 무대에서 모든 연주를 한번에 공연하는 방식으로 녹음해야 했기에 더더욱 필요한 고민이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던중 예전 나의 싱글음원에서 시도하였던 아래쪽 헤드가 제거된 70년대 방식의 드럼튜닝이 생각나 촬영전 합주때 직접 시도해보기로 하였다. 합주와 촬영당일에 제공된 드럼으로 아래쪽 헤드를 떼어내고 소리를 만들기엔 시간이 너무 걸리기에 내가 쓰는 드럼(Yamaha Stage Custom)에 튜닝을 마쳐놓고 가져가기로 하였다. 매우 더운날들이였지만 결과물을 생각하면 기꺼이 할만한 수고였다.

12인치 스몰탐은 에반스G2 투명 헤드에 머플링을 하니 그럭저럭 소리가 잡혔지만 14인치 플로어탐은 어떤 헤드를 얹혀도 중저음 서스틴이 제대로 안살아
났다. 결국 한참전부터 방치하던 14인치 팀발레스 헤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LP팀발레스 헤드
1ply 헤드임에도 불구하고 헤드의 두깨만큼 풍부한 어택과 중저음의 서스틴이 살아났다. 하지만 직경이 플로어탐 림에 정확히 안끼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직경이 같아도 팀발레스 헤드는 플로어 탐 림에 끼워지지 않는다.
피치 자체가 높지 않기때문에 림이 휘거나 손상될 위험은 없겠지만 연주할때마다 텐션로드가 조금씩 풀리는 문제가 있었다. 다른 헤드를 새로 구매하기엔 시간이 촉박하여 한곡을 연주할때마다 매번 튜닝을 다시 하기로 하였다.

베이스드럼 역시 앞의 헤드를 떼어내었다. 비터는 이런 튜닝과 어울리는 부드러운 옛 느낌을 만들어주는 털뭉치 비터를 사용하였다.

스네어는 몇달전에 구입하여 요즘 정말 잘 쓰고있는 그레치 솔리드 알미늄 스네어(14"x6.5")에 에반스 엣지컨트롤 코티드 헤드를 썼다. 요즌 이 스네어를 어찌나 잘 쓰고 다니는지 구입전에는 도대체 어떻게 일을 했는지 의아할정도다.

이 튜닝을 처음 시도하던 당시 derren king의 튜닝과 머플링을 흉내내어 소리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도 머플링 역시 비슷하게 시도하였다. 단 그냥 테이핑을 한게 아니라 한번 접어서 날이 세워지도록 붙였다. 이렇게 하면 헤드의 진동이 날에 흡수되어 서스틴이 약간 더 짧아지는 효과가 있다.

헤드 머플링에는 종이테이프가 참 편하다
탐과 킥의 Bottom Head가 제거된 경우 마이크를 통 안에 설치하면 특유의 어택과 통의 울림이 매력적이다. 너무 안쪽에 설치할 경우 중저음이 좀 죽는 경향이 있으니 아래쪽 림에서 살짝만 밀어넣는게 좋은듯하다.



이 곡의 드럼페턴은 함께 연주한 건반 조우재, 베이스 김진규씨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다. 젊으신분들답게 연주도 당연히 잘하고, 어쩜 이렇게 감각이 세련되고 두려움없이 아이디어를 시도하는지 안그래도 드럼연습이 재밌는 요즘 신선한 자극을 받고 많은것들을 배우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버둥의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은 네이버와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