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편으로부터 이어집니다.
3. 세레나데
태초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 같았어
운명이 낭떠러지로 밀어내는 듯했어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낭비했어
시간과 사랑과 희망을
브릿팝 사운드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고, 가사가 워낙 좋은 곡이라 드럼은 화려하지 않고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걸 최우선으로 그루브가 딱딱하지 않게 살짝 레이백 되는 느낌으로 연주하였다. 따뜻한 감성이 곡 전반에 깔려있기 때문에, 스네어는 중저음이 풍성한 그레치 알미늄 6.5인치를 썼다. 또한 탐 사운드가 복고스럽고 부드럽기를 의도했기 때문에 10", 12", 16" 세 개의 탐 모두에 손수건을 살짝 덮어 머플링을 시킨 채로 녹음을 진행하였다.

또한 후렴이 끝난 뒤 기타솔로에서는 역시나 브릿팝스러운 느낌을 더하기 위해 탬버린을 손으로 연주하여 밝게 끝나는 가사를 받쳐주고 싶었다.
드럼 패턴 자체는 전형적인 팝이지만 타이트하지 않고 느슨하게 레이백 되는 느낌 - 하지만 당연히 템포는 잘 지키는 상당히 어려운 소리를 만들어야만 했다. 역시 음악은 어렵게 치는 것보다 잘 치는 게 제일 어렵다. 그래도 경은님과 원식씨, 진규가 미리 만들어준 가이드 음원을 들으며 곡을 느끼며 행복하게 연주했다.
4. 시간이 그대를 부른다
뭘 해도 느려터져 뒤처지는 친구여
인생을 헛살았다 난감해하는 친구여
길을 잃은 데서 또 잃어버리는 친구여
다 끝났다고 다 놓아버리는 친구여
시간이 그대를 부른다
그대를 벗어난 곳에 그대가 있고
그대가 아닌 것 같은 존재가 그대이고
헛된 듯한 모든 것이 참되고
그대는 진실하고 자유롭고 영원해
시간이 그대를 부른다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 곡이 이 앨범에서 제일 좋은 곡이었다.(실제로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가사를 읽고 있으면 내 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 과거에서 나아가려 한다면, 용기와 사랑을 갖고 자신을 일으키려 한다면, 우린 모두 다 같은 길을 걷는 친구다. 단 한 걸음만 내디딜 수 있으면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데모 음원을 들을 때마다 그런 감상이 느껴졌고 녹음하는 순간까지도 그런 마음으로 연주하였다.
8분의 6박자로 진행되는데 보컬 멜로디가 점 4분 음표로 쓰인 곳이 있었고, 경은님의 주문에 따라 스트레이트한 8분의 6박자와 점 4분 음표 박자를 구분 지어서 연주하였다. 멜로디의 느낌이 90년대~2000년대 즈음의 J-pop의 감성을 지니고 있었고, 마침 진규의 기타솔로와 경은님의 피아노솔로 또한 재즈의 톤을 지니고 연주하길래, 나 또한 딱 그런 감성으로 하이헷이나 라이드를 잘개 쪼개어 그때 사운드를 내보았다.

제프 포카로가 썼던 것으로 유명한 펄 프리플로팅 브라스 스네어에 에반스의 검은색 헤드를 입혀서 소리를 내었는데, 녹음 후 믹싱 단계에서 퓨전재즈 시대의 톤과 리버브를 만들 것을 염두에 두고 톤을 만들었다. 발매된 음원을 들어보면 엔지니어와 경은님이 내 의도를 잘 살려주신 것 같아 감사할 뿐이다.

녹음을 진행하던 브래드형이 이 곡을 듣더니 자신의 야마하 14x6.5 Recording Custom Brass Snare를 권하였는데, 곡의 후반부에 장구와 꽹과리가 나오는 데다 일렉기타까지 화려하게 솔로를 하는 등 여러 악기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상황이지만 스네어 레벨을 부담스럽게 키울 곡이 아닌 것 같아 원래 계획대로 펄 프리 플로팅 피콜로 스네어로 녹음을 하였다. 스네어를 고음역으로 만들어서 다른 악기 음역대를 피하는 게 결과물이 더 좋을 거라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스네어로 연주하던 믹싱하기 나름이지만-심지어 이 앨범의 모든 곡에 같은 스네어를 썼어도 사실 별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연주자가 파악한 곡의 디테일이 잘 살도록 만들어 넘겨주는게 조금이나마 더 좋은 음원이 만들어질 확률을 높인다 생각한다.
여담으로 저 유명한 레코딩 커스텀 브라스 스네어는 저 날 처음 만나서 쳐본 건데, 소리가 너무 멋져서 구해야 할 스네어 리스트에 추가해놓았다. 도대체 언제쯤 살 수 있으려나.

유니언 스튜디오 주인장 브래드형. 이 형은 진짜 음악 잘한다. 그러니 레코딩이 이렇게 편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이날 녹음을 위해 챙긴 장비들
이번 작업이 특히나 재밌었던 이유 중 하나는, 드럼킷으로 연주한 3곡-끝나지 않는 시간 속으로, 세레나데, 시간이 그대를 부른다-이 모두 다 템포가 점차 빨라진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경은님이 그렇게 의도하고 편곡한 것이었는데, 리허설을 하는 동안 템포가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로 미세하게 변하는지를 정하는 것도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였다. 경은님과 연주자들이 함께 의논하며 여러 실험을 하며 함께 정하였는데, 3곡 모두 다 결과물이 자연스럽고 좋은 느낌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녹음한 4곡 외에 경은 님의 피아노와 보컬로만 만든 곡 '봄이여 오라'까지 5곡으로 「안녕히」앨범이 발매되었다. 곡들의 가사가 너무나 와닿았기 때문에 큰 애정을 갖고 행복하게 작업한 앨범이었다. 이미 반쯤 팬이 된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한 만큼 더 멋진 음원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녹음하고, 후반작업에서도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기쁜 마음으로 도왔다.

진규의 작업실에서 드럼 트랙 편집하며.
진규 덕분에 황경은님과 원식씨, 두 멋진 동료를 만나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뿐이다. 만드는 내내 곡들을 좋아하고 즐기며 멋진 동료들과 함께 했으니 어째 행복하지 않겠는가.

경은님과 원식씨, 진규. 작업하며 정들었는데 함께 밥 한번 못 먹는 코로나 시국이 원망스럽다.
.
황경은 「안녕히」 앨범은 2020년 12월 23일 발매하였습니다.
모든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황경은(@ggaenoong)님의 Instagram 프로필 • 사진 및 동영상 18개
팔로워 109명, 팔로잉 135명, 게시물 18개 - 황경은(@ggaenoong)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