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싱글’나비’제작기 – 8. 파도를 찾아

이 곡을 만들 당시 서해와 동해바다를 아마 30번정도 들른것 같다. 사실 그 이전이나 이후나 1~2주에 한번씩은 뭐에 홀린듯이 바닷가를 찾곤 했다. 딱히 일출이나 일몰을 보기 위한것도 아니다. 멍하니 파도소리만 듣다 오는것이다. 얼마나 파도소리에 미쳤는지 한겨울 울릉도까지 혼자 건너가 1주일동안 파도소리만 듣고 오기도 하고, 뉴욕에서도 현지인조차 잘 안가는 코니아일랜드 해변에서 멍하니 파도소리만 듣고 올 정도였다. 그러고 있자면 옛 추억을 많이 생각하곤 하는데, 그래서 이 곡에서는 내가 어릴적 외삼촌이나 고등학교 친구가 들려주던 추억의 음악속 드럼소리를 만들겠다고 정했다. 마침 레트로가 유행이기도 하니 딱 좋지 않나?

이 곡에서 드럼 연주는 크게 두 부분인데 첫째는 평범한 락비트, 둘째는 미디루프를 흉내낸 부분이다. 녹음 후 믹싱에서 소리를 만드는 것도 크겠지만 그 전에 내가 연주하는 순간부터 멋지게 들리도록 톤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20장 정도의 드럼헤드와 내가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머스킹 테이프을 비롯한 여러 실험을 거듭하며 소리를 만들었다. 이런 저런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만족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고 그 상태 그대로 드럼을 춘천까지 가져갔다.

녹음장소는 춘천상상마당 스튜디오로 일찌감치 정했는데, 첫째는 일단 춘천까지 가는 길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스튜디오안에서 고개만 돌리면 아주 멋진 호숫가 풍경이 보인다는 점과 호숫가를 걷고 있으면 이런 저런 감정에 빠지는 등 환경이 환상적이라는 점. 둘째는, 스튜디오 엔지니어인 이승환(Lee Soop)씨 때문이였다. 서로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점에서 말이 통했었고, 드럼을 녹음하는 시간보다 톤을 잡는데 시간을 더 쓰겠다고 미리 합의한 상태에서 세팅부터 이런저런 실험을 하였다. 사전에 아래피 없이 윗피만을 붙인 드럼튜닝을 이용하여 통 안쪽 깊숙히 마이크를 설치할 것을 승환씨가 제안하였고, 그 덕에 눈이 돌아갈만큼 멋진 톤을 얻는데 성공하였다.

음원의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승환씨가 맡았는데 그 스스로도 만족스러움을 표할만큼 사운드를 잘 만들어 주셨다. 무엇보다 제작자인 내가 들을때 기분이 너무 좋으니 대성공이라 할 수 있다. 작업 내내 나의 추상적이면서도 괴이한 요구들을 멋진 소리로 응해준 승환씨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태도가 너무 고마웠다.

14938348_1714453125541203_6707948886417102288_n
내가 너무 좋아하는 엔지니어 Lee Soop

이제까지의 제작기를 읽으신 분이라면, 제작에 참여해준 모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주제라 느끼실 것이다. 다른 훌륭한 프로듀서에 비하자면 마치 젖동냥하며 키운 아이마냥 곡만 뱉어내고 나머지는 모두 다 동료들의 능력에 업혀온것이나 마찬가지다. 솔직히 프로듀싱이라 말하기도 좀 민망하지만 그 덕분에 모든 소리마다 동료들의 개성이 표현되고 있는 점은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추운 날씨에 뮤직비디오의 모델로써 출연해 주신 Ash님께도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신세를 졌고, 나와 인터뷰를 하다시피 사전조사를 하고 며칠 밤샘작업 끝에 내가 반할만큼 멋진 로고와 커버아트를 제작해준 이미선씨에게는 큰 절이라도 하고 싶다. 이러한 도움들을 모두 밝히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 작업기를 통해서라도 신세진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글을 맺는다.


프로젝트 밴드 COLLOR의 첫번째 싱글 ‘나비’는 바로 내일, 2월 2일 정오에 각종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 공개됩니다. 지금까지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깊이 감사합니다!!

 

2 thoughts on “디지털싱글’나비’제작기 – 8. 파도를 찾아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