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싱글’나비’제작기 – 7. 극도의 프로정신

피처링 보컬을 맡아준 난아진씨는 10년전 ‘재즈스토리’라는 라이브클럽에서 처음 만나 활동을 하게 되었다. RnB, 소울같은 스타일을 기막히게 부르지만 재즈역시 환상적으로 소화해내고,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가 너무 마음에 들어 언젠가는 꼭 함께 작업을 해야겠다 다짐하곤 했었다.

‘나비’라는 곡은 애초에 이 친구에게 피처링을 맡길 생각으로 작곡한 것이다. 그렇다고 정밀하게 맞춰 작곡한 건 아니고 그저 이 친구가 무대위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멜로디를 쓴것인데, 그러다보니 역시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로는 – 앞서 언급했듯이 – 애초에 이 친구에게 부르게 할 생각으로 가사를 썼지만 ‘차인 뒤 구차하게 매달리는 남자’에게나 어울릴 법한 지나치게 ‘찌질한’ 내용이라는 점, 둘째로는 멜로디의 음역폭이 좁고 가장 높게 올라가는 하이라이트 부분도 실제론 그다지 높은 음정이 아니라 곡의 다이내믹을 가창으로 연출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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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모습으로 셀카를 찍고있는 나와 난아진

그래도 별말 없이 정말 열심히 나의 곡을 만들어 줬다. 가사에 대한 아이디어도 계속 생각해주고 가창의 강약도 원래 멜로디의 문제가 전혀 안느껴질 정도로 음색을 연출해준 것이다. 내가 달리 보컬 디렉을 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심지어 처음엔 보컬 디렉의 필요성 조차 몰랐었다.) 3차례의 보컬 가이드 녹음이 이뤄졌는데, 그때마다 자신을 모니터하며 스스로 가창을 만들어낸 난아진씨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별다른 대가도 없이 그저 나의 곡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고생을 해준 것이다.

녹음날 난아진씨는 나의 픽업을 마다하고(춘천상상마당에서 보컬녹음이 이뤄졌다.) 혼자 스튜디오까지 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뭔가 감정을 만들려는 의도라는건 대충 짐작했지만 녹음 후 밝히길, 공교롭게도 전날 남자친구와 싸웠는데, 이 곡의 주제인 ‘이별’에 걸맞는 심리상태를 느꼈기 때문에 이를 간직한 상태로 녹음에 임하려 했다는 것이다. 결국 메소드연기자에 가까운 심리상태로 보컬 녹음이 이뤄졌고, 모니터 체크를 포함하여 단 4테이크만에 레코딩이 끝났다.

그 커플싸움이 과연 우발적이였는지 아닌지는 아직도 동료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어쨌든 난 극도의 프로정신이라 칭찬하며 마치 흑막 뒤에서 그 싸움을 조장하기라도 한 것처럼 조용히 웃고 있었다.


내일 모래면 음원이 공개됩니다. 제작기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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