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싱글’나비’제작기 – 6. 숙취와 미련

기타를 연주해준 kiki 전성우씨에겐 유독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 하도 오랫동안 같이 음악을 해왔고 또한 내가 밴드를 결심하고 이 곡을 쓰던 시기부터 계속 생각을 나누었고, 심지어 이 곡의 모티브가 된 나의 지난 이별들을 속속들이 알고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마 알아서 뭐든 재밌게 표현해주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심지어 데드라인만 정해주고 녹음일자도 따로 이야기 안한채로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맡겼을 뿐이다.

사실 앞서 이뤄진 데모버전에서의 드럼과 보컬을 비롯한 모든 트랙은 이 친구가 엔지니어를 해준 덕분에 녹음을 할 수 있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수백만원어치 세션을 일해준 셈인데 역시나 ‘자발적노예공동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처음 프로듀싱을 하는 나에게 온갖 쓴소리를 마다않고 조언을 해주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그야말로 이 친구가 없었다면 분명 소리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거라 생각한다.

kiki자칭 ‘기타도 조금 치는 엔지니어’ KIKI

기타 녹음은 내가 다른팀 공연을 갔다온 어느날 자기 혼자 다 해냈는데, 가사의 중요한 모티브인 ‘어둠속 홀로 남은 공허’라는 감정을 직접 느끼기 위해 작업실에서 혼자 불을 끈채로 몇시간 잔 뒤 일어나 ‘보잘것 없이 남은 미련’과 ‘술먹고 자다 방금 일어난 듯한 숙취’를 느끼며 기타를 연주했다 한다. 연극배우같은 감정이입과 함께 연주한건데, 심지어 부스안에서 혼자 울기까지 했다고 한다. 물론 나의 곡 때문은 아니고 엠프가 말을 안듣는 것에 순간 욱해서라는데 그 덕분에 그야말로 기타가 울고있는 듯한 음향효과를 비롯한 명연을 얻을 수 있었다.

기타소리가 너무 맘에 들어서 전부 다 쓰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20트랙에 가깝게 녹음을 남겼기 때문이다. 결국 난 믹싱이 가능한 선에서 몇트랙만을 고르고 편집해야만 했는데, 참으로 아쉬운 순간이였다. 인트로도 기타연주로 시작하는데, 이건 사전에 편곡된게 아니라, 녹음 후 듣고보니 기막힌 소리가 있어서 바로 잘라 붙인 것이다.

스크린샷 2016-11-09 오전 12.47.09-min
밤새며 고르다보면 토나온다.

기타가 입혀지자 곡이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 곡을 쓸 당시엔 이정도로 헤비한 느낌은 아니였는데 너무 절묘하게 잘 어울리다보니 그냥 그렇게 터프하게 가기로 했다. 곡은 내가 썼지만 해석은 전성우씨가 해낸 것이다.


티저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음원은 2월 2일 정오에 발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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