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싱글’나비’제작기 – 4. 건반 입히기

재즈처럼 즉흥성이나 순간적인 앙상블의 느낌이 중요한 음악은 연주자들이 다 모여 한꺼번에 합주하듯이 녹음하기도 하지만 그외 팝이나 락의 경우 악기별로 따로따로 더빙이 이뤄지고 마지막으로 보컬이 반주에 맞춰 노래를 녹음하는게 일반적인 녹음 방식이다. 특히 드럼같은 경우 모든 악기가 따라야 할 리듬을 제시하기 때문에 다른 악기들보다 먼저 녹음을 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난 내가 만든 밴드이니 나의 드럼을 제일 마지막에 입히고 싶었다. 심지어 보컬까지 녹음한 다음에 말이다. 물론 데모음원을 만들때 드럼을 몇번이나 녹음을 해놨으니 가능한 일이긴 하다만 어쨌든 다른 연주자들은 실제 발매될 음원의 드럼소리가 아닌 데모음원의 드럼을 기준으로 연주를 해야하니 아쉬워했다. 그래도 밀어붙였다. 맨날 데모음원이나 프로듀서의 설명만 듣고 드럼을 쳤지만 이번엔 내가 다른악기를 듣고 좀 더 편하게 드럼을 녹음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컬에게만은 내 의도를 관철시키지 못했다.(이런 시도도 사실 그다지 효율적인건 아니니 처음 프로듀싱을 하다 벌어지는 시행착오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본격적인 레코딩은 드럼이 먼저가 아닌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건반악기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나비’라는 곡에서 건반은 화려한 연주는 절대 필요없었다. 아니 그래서는 안되는 음악이다. 반면 70년대 악기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길 바라는 내 의도를 잘 표현해줄 연주자가 필요했다. 정다운이라는 친구는 나와 동아방송대를 같이 다녔는데 신디사이저와 보컬 이펙터를 이용한 음악을 주로 제작하는 싱어송라이터였다. 이 친구 역시 멋진 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서슴치 않을 사람이였고 예전부터 언젠가는 한번 작업을 같이 하고싶었기 때문에 이번 곡을 맡기게 되었다.

정다운과 함께연남핫플레이스 스튜디오에서 정다운과 함께. 너무 멋진 톤을 만들어줬다.

리드소리를 변형하거나, 80년대 닌텐도 게임기 소리를 이용하는 등, 말은 쉽지만 실제 음악으로 만들기엔 조금 난감한 아이디어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몇차례에 걸쳐 녹음이 이뤄졌고 결국 난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었다. 지금도 생각같아선 이 친구를 업고 동네라도 한바퀴 돌고싶은 심정이다.

내가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표현한 건반트랙을 얻었고 나머지는 내가 별다른 참견을 안해도 다른 연주자들은 거기 맞춰 벽돌을 쌓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레코딩 작업이 물살을 탄것 같았다.


다음주 목요일에 음원이 발매됩니다. 곧 티저영상도 공개하겠습니다.

2 thoughts on “디지털싱글’나비’제작기 – 4. 건반 입히기

  1. 너무 재미나고 흥미진진하게 잘 읽고있다. 너무 들어보고싶은 음악이야.
    담번엔 나도 참여하고픈 열망이 ㅋㅋㅋㅋㅋ 보고싶네 우리지웅이!!!

    1. 누나 답글까지 남겨주시다니 너무 고마워요^^ 건강히 지내고 계시죠? 우리 또 공연해야죠! 언제든 또 보기로 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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