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싱글’나비’제작기 – 1.프롤로그

음원제작기란 많은 분들에게 진부한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몇몇이들에겐 나름 재밌고 읽을 거리가 될거라 믿으며 출시일 전까지 하루에 한편씩 제작기를 써보려 한다. 나 자신의 기록의 의미도 있지만 음원을 홍보하려니 이렇게 사람들을 매일 귀찮게 하며 온라인에 내 이야기를 올리는것 말고는 딱히 유력한 홍보의 수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난 드럼을 연주하는게, 재즈를 연주하는게 지겨웠었다.

내가 이렇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2002년 서울재즈아카데미를 졸업하자마자 운좋게 선배들이 연주자리를 마련해 줬고, 모든 무대는 다른 연주자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놀수있는, 흥미로운 도전으로 가득한 놀이터였다. 하지만 10년쯤 지나자 겨울마다 슬럼프가 찾아왔고, 드럼을 관둘까? 라는 고민을 안고 떠난 뉴욕 여행에서 “음악에 금기란 아무것도 없구나.”라는 당연하고도 진부한 깨달음을 얻은게 COLLOR라는 밴드의 시작이였다. 뒤에서 드럼만 연주하던 내가 앞에 나서서 락밴드를 하지말아야 할 이유가 없으니 그냥 하고싶은대로 하기로 했다.

제작자 역할을 처음 하다보니 모르는게 너무 많았다. 15년동안 드러머로서 프로듀싱의 전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게 한두번이 아니였건만 직접 일을 주도해보니 놓치는 부분이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그렇게 못챙기는 부분은 고스란히 동료들의 고생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매우 만족스러운 음원을 만들 수 있었던건 헌신적으로 날 응원하고 도와준 동료들 덕분이다. 부족한 예산에 페이도 제대로 못줌에도 그들은 내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날 응원해줬다.

이제와서 보자면, 사실 음원을 제작할때까진 그래도 나름 수월했던것 같다. 내가 주도하다보니 삽질이 좀 있어서 그렇지 어쨌든 여태 해오던 일이기도 하고 ‘음악을 때려치느냐 내 밴드를 하느냐’-라는 비장한 선택지 앞에서 어찌어찌 음원은 제작되었지만, 너무 비장했었는지 그 이후 홍보를 어떻게 할지, 심지어 밴드 이름과 곡제목 조차도 생각안하고 달려왔던 것이다.

곡명이야 가사를 내가 썼으니 그럭저럭 정했지만 밴드명은 정말 어려웠다. 재즈쪽이야 ‘곽지웅 트리오’이런식으로 이름짓는게 흔하지만 락밴드를 그렇게 이름지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인터넷이나 책을 뒤지며 못해도 세자리수 단위의 단어들을 찾아봤지만 그래도 마땅한게 없었다. 남들 보기에 멋진것까진 몰라도 적어도 나 스스로 심플하고 인상적이라 느껴지는 밴드이름을 짓고 싶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1주일정도 단어들만 뒤지다 애초에 갑자기 락밴드를 시작한 이유부터 되뇌여봤다. 십여년째 함께 연주해온 동료들과 재밌는 음악을 만들고 정말로 멋지게 공연하며 같이 놀고 싶은게 가장 큰 이유였다. 좀 우스울진 몰라도 난 친구들과 지내며 내 인생에서 정말 많은 변화를 맞이하였기때문에 나도 친구들에게 조금은 멋진 경험을 안겨주고 싶었다.(하지만 일단 지금까진 노예처럼 고생만 시키고 있다.)

결국 밤중에 잠자다 말고 ‘친구라는건 모르던 사람들이 교차하듯 만남…친구덕에 다시 찾은 삶의 빛.. 이런 의미 없나?… Crossing Of Lives? Light Of Rebirth?!’

지금 봐도 정말 민망한데다 맞는 문법인지도 모르겠다만 어쨌던 저렇게 글자를 모아 COLLOR라는 단어를 써놓고 보니, 이제껏 내가 경험해온 여러 스타일들을 다양한 색채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과도 일치하고, 무엇보다 CHVRCHES 처럼 일부러 오타를 만든 덕에 구글링에도 유리할것 같은, 게다가 심플하기까지 한 괜찮은 이름인듯 했다.

20170126_164106바나나레코드 대표 전귀언 형님.

어쨌든 곡명과 밴드이름도 만들었고 이제 본격적인 출시를 준비해야 하는데 Banana Record의 전귀언 형님 도움이 컸다. 혼자 대충 하자면 스트리밍 링크나 지인들에게 공유하고 말것을 그래도 이왕 내는거 홍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해보자며 수익이 안날게 뻔한 7분짜리 곡을 어떻게든 홍보하기 위해 많이 알아봐준 것이다. 이분도 나의 질풍노도때문에 고생하고 계신 분이다. 덕분에 난 이런 글도 쓰고 더 많은 일들을 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겨울마다 느껴지던 슬럼프는 더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음악한지 15년이나 지난 주제에 직접하려니 잘 모르는것들 투성이지만 내 음악을 만들고 홍보한다는건 상당히 재밌게 느껴진다.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어졌습니다. 독자님들께 죄송합니다. 글이 지루하다 느끼신 분들은 이미 이 문장을 못보고 떠나셨겠지만… 내일은 ‘나비’라는 곡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가사에 도움을 준 사람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9 thoughts on “디지털싱글’나비’제작기 – 1.프롤로그

  1. 캬 쫭기대돼요!!! 좋아하는 사랑하는 음악의 또다른 결 ㅋㅋ 궁금해도 걍 듣는사람으로서는 대충 짐작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음악을 발표하는 힘듦”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겠네요 😀 감사합니당 🙂

    1. 고맙습니다^^ 그래도 재밌고 의미있는 일들이라 생각하며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내일 또 다른글로 찾아갈게요 ㅎㅎ

  2. 네 끝까지 떠나지 않고 다 읽었습니다.
    글이 신나고 잼있고 행복한 느낌이 들어요 ㅎ
    모르는거 투성이어서 더 잼있을거 같아요
    너무 쉬운건 재미 없잖아요 ㅎ
    용기있는 멋있는 도전이에요!!
    화이팅입니다 ^^/

  3. 힘들고 어렵게 시작하시는 것 만큼 오래가고 잘 될 것입니다~! ㅋㅋ
    응원하겠습니다!! ㅋㅋㅋ 저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나..

    1. 시온씨 너무너무 고마워요 카페는 잘 되고있나요? 소명씨랑 언제든 만났음 좋겠네요. 몇달째 이것땜에 정신이 없네요 ㅎㅎ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